[삶의 뜨락에서] 오거스타의 바람
14일 끝난 제88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바람과의 싸움이었다. 해마다 4월 둘째 주일에 열리는 마스터스는 다른 메이저와는 달리 항상 조지아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개최된다. 골프 팬들은 첫 홀부터 마지막 18홀까지를 기억하고 각 홀의 뛰어난 경관을 즐긴다. 올해 마스터스는 유난히 바람이 강했다. 참가 선수들의 국적을 소개하는 국기는 찢어질까 염려스러울 정도로 흔들렸다. 골프장을 에워싸고 있는 높은 나무들은 잔가지가 부러질 만큼 흔들렸고, 벙커의 모래가 날려 선수들은 옷으로 얼굴을 가려야 했다. 스코티 셰플러가 우승한 마지막 라운드만 바람이 약하고 기온이 올라가 골프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허허벌판에서 펼쳐지는 골프게임은 자연과의 싸움이다. 골프는 스코틀랜드 바닷가에서 태어났다. 양치기 소년들은 바람 부는 들판에 양떼를 풀어놓고 심심해선지 깃털로 짠 공을 막대기로 쳐서 풀밭에 구멍을 파서 넣었다. 양들은 심한 바닷바람을 피해 구덩이에 몸을 피했는데 이것이 벙커가 되었다. 영국 골프장이 유난히 벙커가 많고 깊은 연유는 여기에 있다. 방향이 일정하지 않은 바람은 골프 샷에 많은 영향을 준다. 오거스타 파 3, 16번 홀, 1라운드에서필 미켈슨이친 공은 역풍을 맞았는지 앞 그린 가장자리로 날아갔다. 그는 Push하고 소리를 질렀다. 공은 그린 밑에 맞고 물로 굴러떨어졌다. 바람이 밀어주었더라면 깃대 옆에 붙었을 것이다. 2라운드 14번 홀, 프로가 그린 위에 마크한 공이 바람에 굴러 한없이 내려갔다. 마크를 빨리하지 않았더라면 크게 손해 봤을 것이다. 시속 20~30마일 강풍은 그린을 공략하는 두 번째 샷(파 5는 세 번째 샷)을 위태롭게 하고, 퍼팅의 진로를 방해한다. 골프는 자연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운’이 따라주어야 한다. 대부분 토너먼트의 1, 2라운드는 오전 조, 오후 조로 나누어 경기를 진행한다. 재수가 없으면 나쁜 날씨가 모두 걸릴 수 있고 하늘이 도와주면 좋은 날씨를 만날 수 있다. 억울해도 불평을 할 수 없다. 골프는 원래 이런 게임이기 때문이다. 날씨가 나쁠수록 인내심을 가지고 한 샷, 한 샷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마음의 평정을 잃으면 리듬이 깨져 미스 샷이 나온다. 골프는 팀 스포츠가 아니고 개인 경기이기 때문에 모든 선택은 캐디의 도움을 받아 본인이 해야 한다. 다른 선수들은 경쟁자이지 그 홀의 점수는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점수가 낮을수록 좋다) 한인들의 골프 열기는 다른 어떤 인종집단보다 강하다. 시내에서 가까운 퍼블릭 코스 내장객의 30~40%는 한인인 것 같다. 골프는 비싼 게임이다. 한인 골퍼, 특히 여자분들은 네임 브랜드 클럽을 선호해 수천 달러를 들여 장비를 마련한다. 올해들어 그린피도 많이 올라 주말에는 100달러 정도를 들여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컨트리클럽에서 한 라운드를 즐기려면 일 인당 500~1000달러는 지불해야 한다. 골프는 또 시간이 오래 걸려 나갔다 하면 종일이다. 마스터스를 TV로 보면서 프로들의 스윙이 심플하고 퍼팅할 때 그린 스피드와 굴곡을 잘 읽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남을 배려하는 여유가 있다. 그들은 자연에 겸손하다. 심한 바람이 불어 게임을 방해해도 자연을 저주하거나 초조한 기색이 없어 보였다. 끝까지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자연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이번 마스터스의 진정한 승자는 오거스타 내셔널이고 자연이다. 마스터스 기간, 뉴욕에도 강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연약한 봄꽃을 떨어뜨리고는 거대한 자연의 빗자루로 깨끗이 쓸어주었다. 집을 흔들리게 한 지진, 달이 해를 가려 암흑으로 몰고 간 일식, 자연은 두려움과 신비였다. 이번 마스터스에서는 바람을 알고, 바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성적을 올려 Green Jacket을 입었다. 대회를 보면서 골프게임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다. 자연에 겸손한 프로들은 사람에게도 겸손했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오거스타 오거스타 내셔널 조지아 오거스타 마스터스 토너먼트